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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옛시대의 사람인가 주말에 이모들이 축하한다고 연락해왔다. 나는 감사하다고 인사는 했지만 내심은 별로 그다지 기쁘지 않았다. 부모 세대가 살아온 시대는 이미 옛날이 되었고 그 분들이 보기에 좋은 선택을 한 나는 미래를 붙잡기는 커녕 동시대의 흐름에조차 뒤처져 있는 것이다. 늙을 때까지 안 짤리는 직장에 들어간 것이 그렇게 기쁜 일이던가. 그렇게 오래 다닐 수 있을 지 자신도 없지만 만약 그렇게 한다 해도 긴 세월동안 지루한 일을 하는 사이에 사라지는 인생의 기회와 자유는 어찌할 건가. 소중한 자유를 남에게 맡기고 그 이자를 받아 쓰듯 월급을 타 살아가는 것이 좋아할 일인가. 나는 마음 속으로 답답해서 한숨이 나는데 부모나 친척이나 축하한다는 말 뿐이니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하나 없다. 날 위하고 생각해주는 분들이 있다.. 더보기
비 오는 저녁 첫 출근을 앞두고 밤새 비가 올 모양이다. 옷과 가방은 미리 다 챙겨두었다. 내일부터 매일같이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한다. 밤에는 일찍 자야 한다. 연휴 기간 동안 서울에 다녀왔고 식구들과 치킨을 먹었고 강아지를 산책시켰다. 앞으로는 시간이 쉽게 허락하지 않을 수도 있는 일들이다. 그간 들은 바에 따르면 공무원 생활은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주변에 조언을 들을 사람이 없어서 아쉽다. 안부를 주고받으며 고된 일상을 위로할 친구도 없다. 내겐 부모와 고양이, 강아지 뿐이다. 혼자 헤쳐나가야 하는 앞날이 드디어 목전으로 다가오면서 불안감이 따라다니고 있는데, 걱정한다고 달라질 것도 없으니 차라리 마음을 내려놓는 게 낫겠다. 모든 것이 처음이고 새로울 것이며 담담하게 마음먹어야 헤쳐나갈 수 있다. 길고 먼 여정이.. 더보기
사는 게 참 한때는 일생에서 군생활이 가장 힘든 건 줄 알았는데, 끝없이 이어지는 가정생활, 마을생활, 직장생활이 훨씬 힘들다는 걸 알았다. 군대가 힘들어봤자 제대 날짜는 정해져 있는데 가정 생활은 어디 그런가. 고통이 끝이 없다. 당신은 내 가족 아니라고 할 수도 없고. 당신들은 내 이웃 사람 아니라고도 못 하고. 그들이 늙고 나도 늙으면서 계속 이어지는 고통. 고양이는 내 마음도 모르고 여기저기 일만 저지르며 다니고. 이런저런 말 한 마디 솔직하게 나눌 사람 없이 살고 있다. 어제 답답한 마음에 페친을 열 명 넘게 늘렸는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일까. 지금껏 살아오며 누군가 앞에서 마음을 열어 본 적이 몇 번인지 정확히 셀 수 있다. 나머지는 다 스쳐가는 먼지였다. 그런 먼지들 때문에 왜 내가 고생을 해야 하지. 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