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사는 게 참

한때는 일생에서 군생활이 가장 힘든 건 줄 알았는데, 끝없이 이어지는 가정생활, 마을생활, 직장생활이 훨씬 힘들다는 걸 알았다. 군대가 힘들어봤자 제대 날짜는 정해져 있는데 가정 생활은 어디 그런가. 고통이 끝이 없다. 당신은 내 가족 아니라고 할 수도 없고. 당신들은 내 이웃 사람 아니라고도 못 하고. 그들이 늙고 나도 늙으면서 계속 이어지는 고통.

고양이는 내 마음도 모르고 여기저기 일만 저지르며 다니고. 이런저런 말 한 마디 솔직하게 나눌 사람 없이 살고 있다. 어제 답답한 마음에 페친을 열 명 넘게 늘렸는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일까. 지금껏 살아오며 누군가 앞에서 마음을 열어 본 적이 몇 번인지 정확히 셀 수 있다. 나머지는 다 스쳐가는 먼지였다. 그런 먼지들 때문에 왜 내가 고생을 해야 하지.

내 주변 사람 중 온전한 사람은 아버지 뿐이다. 아버지가 먼저 세상을 떠나고 어머니와 둘이 있게 될까봐 두렵다. 어머니는 옆에 있어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만약 아버지가 떠나면 나는 혼자가 된다. 어머니가 먼저 가기를 바란다. 어머니의 괴상한 짓들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고양이를 죽일 듯 미워하는 마을 늙은이도 두렵다.

부모는 언젠가 모두 떠날 것이다. 그 때는 난 혼자이거나 고양이, 강아지 정도만 함께 지낼 것이다. 페북에는 까다로운 인간 뿐이다. 정치색이 다르면 차단, 프로필에 꽃사진 있으면 차단, 안 친한데 메시지 보낸다고 차단, 모르는 사이에 댓글로 농담하면 차단, 만난 적 없는데 뭐 부탁하면 차단. 그럴 거면 페북을 할 이유가 딱히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