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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저녁

첫 출근을 앞두고 밤새 비가 올 모양이다.
옷과 가방은 미리 다 챙겨두었다.
내일부터 매일같이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한다. 밤에는 일찍 자야 한다.
연휴 기간 동안 서울에 다녀왔고 식구들과 치킨을 먹었고 강아지를 산책시켰다. 앞으로는 시간이 쉽게 허락하지 않을 수도 있는 일들이다.
그간 들은 바에 따르면 공무원 생활은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주변에 조언을 들을 사람이 없어서 아쉽다. 안부를 주고받으며 고된 일상을 위로할 친구도 없다. 내겐 부모와 고양이, 강아지 뿐이다.
혼자 헤쳐나가야 하는 앞날이 드디어 목전으로 다가오면서 불안감이 따라다니고 있는데, 걱정한다고 달라질 것도 없으니 차라리 마음을 내려놓는 게 낫겠다. 모든 것이 처음이고 새로울 것이며 담담하게 마음먹어야 헤쳐나갈 수 있다. 길고 먼 여정이 될 수도 있다. 고단할 때에는 한 번에 하루 씩만 감당한다고 마음 먹으면 될 것이다.
내일 저녁에 어떤 모습으로 돌아오게 될 지 눈을 감고 생각해본다. 외출하던 날마다 그랬듯이 저녁밥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고, 고양이들이 찾아오겠지. 강아지도 날 알아보고 다가오겠지. 많은 것이 변하겠지만 동시에 많은 것이 그대로일 것이다. 나는 여전히 나이기 때문이다. 전에 없던 책임, 의무가 따라오고 번잡한 인간관계가 생겨날 것이지만 삶의 중요한 결정은 내가 내릴 것이다. 중심을 잡고 있는 한 걱정할 것은 없다. 그럼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