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발레/무용

유니버설 발레단의 올해 첫 무대 "백조의 호수"





토요일에 유니버설발레단의 백조를 보고 왔다. 예당에 막 도착한 시각, 토요일 낮 공연이 끝나고 사인회를 하고 있었다. 사람들 줄이 홀에 가득 차 있었다. 

내가 본 것은 저녁 공연. 김채리, 이승현 주역. 러시아 발레단의 내한공연을 세 차례 본 터라 국내발레단의 백조 무대는 무의식적으로 기대를 낮추게 되는데 공연을 위해 준비한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는다. 

커튼이 오르자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플로어에 무용수의 동선을 표시한 선이 그려져 있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뭐랄지 발레의 비밀을 드러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군무 동작이 바닥에 그려진 선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으며 기하학적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라인들에 신경쓰지 않도록 깔끔한 바닥이 낫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흑조가 왕자가 건넨 꽃다발을 확 내던지는 장면을 딴짓을 하다가 놓쳤다. 큰 실수를 했다.

왕자가 로트바르트의 날개를 뜯는 장면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공식이나 마찬가지인데, 유니버설 버전에는 반전이 있었다. 로트바르트와의 결투에서 승리하지만 왕자도 상처를 입어 숨을 거두고 만다. 백조는 쓰러진 왕자 곁에서 슬픈 날갯짓을 하고 비장한 선율과 함께 커튼이 내려간다. 모두에게 불행을 안겨준 악마를 처치하였지만 남은 것은 비탄이라니. 그러나 객석에서 일어서는 관객들의 표정은 슬프기보다는 정화된 얼굴이었다. 


오케스트라 반주가 익숙한 선율과 다소 어긋나는 것 같았는데 새로운 해석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29.30일 수원공연에서는 녹음반주를 사용할 것 같은데 이 날 실황연주를 그대로 쓸 것인지 궁금하다. 수원공연에서는 중국출신 발레리나(노)인 팡멩잉, 후왕젠이 등장한다고 한다. 이들의 연기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