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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발레/무용

지젤








국립발레단 올해 레퍼토리에 나와 있지 않아 5월에 지젤 공연이 있는 줄 모르고 있다가 충무아트홀 홈페이지에서 우연히 보고 뒤늦게 자리를 구했다. 토요일 저녁 공연을 보러 서울로 갔다. 


예매한 좌석을 잊고 있었는데 3층 하고도 윗쪽이었다. 티켓 구입이 늦었으니 당연한 일. 쌍안경을 가지고 간 것이 다행이었다.


지젤 역으로 이은원씨가 등장, 알브레히트는 김기완. 이야기 속 왕자의 성격과 어울리는 외모였다는 인상을 받았다. 아마 십대소녀였을 지젤과 이은원 발레리나는 비슷한 나이라서 어떻게 묘사할 지 궁금함을 품고 지켜보았다. 첫 눈에 마음에 든 알브레히트와 순박하지만 거친 힐라리온 사이에서 지젤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힐라리온의 등장에 난감하고 짜증스러워하는 표정을 망원경으로 자세히 보는데 티나게 냉정한 태도에 힐라리온만큼이나 나까지 섭섭해질 지경. 성격 표현 등이 아직 단선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의상, 안무는 작년 수원 국립 지젤 공연시와 동일했다. 그 당시 김주원 발레리나의 등장에 마음이 환해졌었다. 그 때에도 녹음 연주였다. 다만 이후 오케스트라가 등장하는 발레를 여러 차례 본 후 이 날 오랫만에 녹음을 사용한 무대를 접하니 약간 답답했다고 할지. 그리고 자리의 문제가 있었는데 앞자리 관객은 가급적 등받이에 몸을 붙이고 관람했으면 싶다. 잘 보기 위해 몸을 숙이면 뒷자리에서는 시야가 가린다는 것을 배려치 않는 일이 너무 많다. 사실 이번 공연에서는 앞에 앉은 남자분의 뒷통수와 어깨를 한 시간정도 감상하다가 2막에서야 간신히 시야가 확보되었다. 


한 작품으로서는 가장 많이 본 것이 백조의 호수와 더불어 지젤인데. 먼저의 감동을 뛰어넘는 공연을 보고 싶은 기대는 이번에 채우지 못한 듯하여 아쉽다. 무엇이 부족했을까. 아쉬운 관람매너, 오케스트라 부재 등도 조금씩 원인이 있었겠고 같은 작품을 여러 본 것도 이유이겠지만 정확히 잘 모르겠다. 국립발레단의 공연이었던만큼 기본적인 기량이나 테크닉의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다.


같은 발레단의 같은 작품도 다른 캐스팅으로 보면 달라지는 것 같고, 발레단이 달라지면 완전히 다른 작품처럼 보이는 일도 있다. 무심코 보면 다 똑같아 보이지만 그 가운데 나타나는 작은 차이들이 잊히지 않는 감동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무언가 답답한 아쉬움도 낳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