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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이 이야기

하트(젖소냥)를 집에 들이다





이웃집 닭장 근처를 자주 기웃거렸다는 하트가 말썽이 되어가는 것 같아 일이 커지기 전에 사람들과 격리하기로 결정했다. 밥 먹으러 온 하트에게 목줄을 채워 집에 묶어두었다. 놀라서 한동안 어웅거리며 발버둥치는 걸 보며 나도 당황했다. 서로간의 신뢰가 사라질까봐 걱정스럽다. 일단은 체념하고 집안에 조용히 들어앉아 있는데 버둥거리다가 몸을 상할까 염려된다. 이상한 소리가 들려 고양이 집을 보니 목줄이 매인 채로 집을 통째로 끌고 앞으로 움직이려 하는 걸 보고 기겁했다. 이대로 둘 수 있을까. 


하트에게는 누렁이여동생이 있는데 집안에 묶어두면서 남매 사이를 갈라놓은 셈이 되었다. 누렁이가 오빠 없이 혼자 식시하게 하면서 죄책감이 느껴졌다. 이미 병원에 다녀온 후 체취가 달라져 남매 사이에서 떨어져 나온 토라에 이어 하트와 누렁이도 떨어지게 되었으니 고양이들을 위해 나름 애쓴 결과가 생각치 못한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모든 게 순리대로 흘러가야 하는 법인데. 사람은 사람대로, 동물은 동물대로 지내는 게 가장 좋다. 그러나 이미 현실적으로 사람과 동물은 섞여 지낸 지 오래 되었다. 거기에 매사 인간의 권리가 앞서는 분위기에서 동물을 위하는 길은 애초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을 때 최선의 선택을 해 봐도 결과는 이미 별 볼 일 없다. 사람과 고양이가 살아가는 질서에 이런저런 식으로 개입해 온지 여러 해가 되었는데 내가 과연 고양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한 것인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 것은 아닌지 회의가 들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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