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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상품시장

코코아가 비싸질까?


코코아 값이 23년래 최고치에 매매되고 있다고 한다. 경제불황에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달콤한 음료를 더 많이 소비하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원산지인 서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에서 생산감소가 우려된다는 설명도 덧붙었다.

천정을 뚫고 날아갈 듯 하던 원자재 가격이 이미 폭락하였는데 코코아에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길래 홀로 급등중일까

거론되는 이유들은 주로 공급불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경기둔화에도 불구 코코아 수요는 별로 줄지 않았다고 한다.

기사에 사용된 가격표시단위가 영국파운드라는 점에 눈길이 향한다. 톤당 파운드로 나타난 코코아가격은 7월 1600파운드에서 11월까지 1300파운드까지 하락한 후 다시 현재까지 1800파운드까지 급등하여 사상최고치에 도달했다.
반면 같은 기간 달러로 표시한 코코아가격은 어떨까? 7월 3200달러, 11월 1900달러, 현재 2600달러이다. 달러기준으로는 코코아 가격은 지난 7월이 사상최고치였고 11월부터 이어진 반등에도 불구하고 고점을 회복하지 못했다.

또한 7월부터 현재까지 5개월동안 영국파운드화는 달러화에 대해 25% 평가절하되었다. 화폐가치가 하락한만큼 상품가격 상승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같은 기간 파운드화가 안정되어 있었다고 가정하면 11월 950파운드까지 폭락한 이후 지금까지 저점대비 40% 반등하여 1300파운드에 도달했을 것이다.

코코아 가격 상승분으로부터 화폐가치 하락으로 인한 효과를 빼고 실질 가격 상승률을 다시 계산하면 지난 여름 폭락한 시세는 여전히 약세 흐름에 놓여 있다. 올초부터 7월까지는 코코아뿐 아닌 모든 원자재가 급등하였는데 이는 수급불안만이 아닌 거대한 유동성의 유입때문이었다. 이후 전세계적으로 유동성이 소멸하면서 모든 자산시장이 붕괴했다. 일부 상품이 수급요인으로 다시 상승해도 무차별적으로 유동성이 유입되던 시기처럼 시세가 꾸준히 오를 가능성은 적다.

쵸콜릿 소비가 많은 연말도 지나면 이와 관련한 코코아 소비가 정점을 찍고 하락할 것이다. 불황기에 마음을 달래주는 컴포트 푸드(comfort food)라지만 소득이 줄어들고 가격까지 오르면 소비를 줄이게 되어 있다. 11월 이후 연말까지 이어지고 있는 코코아 가격의 상승은 꾸준한 수요, 부족한 공급요인으로도 설명할 수 있으나, 폭락 이후에 흔히 나타나는 반등으로 볼 여지도 충분하다. 코코아 공급이 계속 부족한데도 소비가 줄지 않는다면 이 경우에는 반등이 상승추세로 전환될 수 있지만 불충분한 소득과 지나친 가격 탓에 코코아 소비를 꺼리면 가격 상승은 한계에 도달할 것이다.

지난 여름과 같은 엄청난 시세는 당분간 다시 올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 적어도 올해 겨울에는 여전히 부담없이 따뜻한 코코아 한 잔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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