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연극/영화

집으로 가는 길(我的父親母親, The Road Home)





설특선영화로 EBS에서 방영한 장쯔이 주연 '집으로 가는 길'. 아버지의 장례를 준비하는 현재 속에 양친의 지난 날 이야기가 액자식으로 끼워진 구성이다. 오지 마을에 부임한 교사인 아버지에게 한눈에 반한 어머니(장쯔이), 그 둘의 이야기이다. 옛날에 나온 한국영화 '내 마음의 풍금'과도 비슷한 느낌이 든다. 곡선이 흘러가는 매끈한 언덕들과 그 위에 짧은 머리카락처럼 돋아난 초록색 풀들이 단조로운 풍경을 빚어내며 군더더기없이 순수한 이야기에 걸맞는 배경이 되어주고 있다. 한눈에 반한 남편에 대한 사랑으로 평생을 살아가는 "쟈오 디"는 마치 정지된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것 같다. 수업할 때의 남편의 낭랑한 목소리는 수십년을 들어도 한결같이 아름답다고 말하던 모습. 현재시점의 화면은 흑백으로 탈색되어 있고, 과거만이 아름답게 윤색되어 형형색색 빛난다. 드넓은 땅 외딴 마을에 사는 처녀에게 멀리서 온 남편은 평생 빛나는 왕자였는지도 모르겠다. 사람의 행복은 스스로 만들어내는 환상 속에서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게 한 작품.  


도시로 가는 교사 '뤄'에게 마지막으로 버섯만두를 먹이려고 들판을 가로질러 달려가는 장쯔이의 모습이 마치 토끼같았다. 온갖 물이 들지 않고 순수만을 지닌 인간은 사슴이고 토끼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