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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상품시장

경기민감재와 둔감재


경기의 흐름에 따라 수요가 변하는 원유, 구리 등 경기민감재는 나날의 경제에 대한 심리를 반영하는 주가와 거의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반면, 경기와 상관없이 인간의 생존을 위해 꾸준히 소비해야 하는 농산품의 가격은 경기지표보다 날씨 같은 공급변수에 따라 크게 움직인다.

짐로저스같은 이는 앞으로 농산물의 투자가치가 크다고 오래전부터 주장해왔다. 실제로도 원유, 구리, 납 등 산업원자재에 비해 옥수수, 밀 등 곡물 가격은 안정된 흐름을 이어오는 중이다. 앞으로 경기가 침체된다면 수요증가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는 경기민감형 원자재는 폭락할 것이지만 곡물은 상대적으로 가격하락이 적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곧 농산물에 대한 투자를 합리화할 수 있는가. 경기침체기에 타격을 덜 입는다는 것이지 수익을 본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농산물 가격에 영향을 주는 가장 중요한 변수가 날씨인데 금리, 재정지출을 통해 경기를 통제할 수 있는 것과 달리 날씨는 인간이 개입하여 유리한 흐름으로 바꿀 수 있는 여지가 없다. 어떻게 될 지 모르는 날씨에 좌우되는 농작물 소출을 놓고 전망을 하고 그에 따라 투자를 하는 것은 내기에 가깝지 않은가. 러시아속담에 '하느님이 농사를 짓지 않으면 사람도 어쩔 수 없다'라는 말이 있다.

그럼에도 농산물 투자에 매력을 느낀다면 그것은 정부가 경기를 회복시킬 가능성보다는 날씨를 주관하는 신이 던지는 주사위의 확률이 차라리 더 높다고 믿는다는 뜻이다. 전세계에 이상기후 현상이 잦아지고 있는데 이것이 반드시 곡물 생산 감소로만 이어지지는 않으며 어떤 지역에서 농업에 타격을 주는 기후현상이 다른 곳에서는 반대로 작용하여 생산이 증가하기도 한다. 장기적으로 유망하다고 받아들여지는 농산물 투자도 기대만큼 순탄하지는 않은 것이다. 정부의 경기부양 노력, 경기침체 대안으로 제시되는 이런저런 경제이론들이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에는 하늘에 투자수익률을 맡기는 것이 유일한 길이 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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