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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참붕어도 블루길도 똑같은 생명이다


모 공영방송 환경관련 프로그램에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어느 섬의 길고양이에 대한 방송을 내보냈다고 들었다. 고양이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방송이었고 굶겨죽이는 것을 해법으로 제시했다고 한다. 그 시간에 안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부쩍 '환경'이라는 말이 자주 오르내리고 있는데 그들이 생각하는 환경은 무엇을 말함일까. 사람이 살기 깨끗한 곳을 말함인가. 물론 다른 생명과의 공존이라는 수사도 양념으로 곁들여진다. 그러나 사람이 살지 않는 깊은 계곡에서 뛰노는 사슴은 사랑스럽지만 농가에 비집고 들어오는 고라니는 그렇지 않다는 식의 이중성을 지니고 있다.   

섬에 처음 고양이를 들여올 때는 쥐를 잡게 하려는 필요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개체수가 불어나 말썽이 되자 도리어 고양이를 박멸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나중에 다시 필요해지면 또 고양이를 들여올 것인지. 조삼모사라고 하던가.

예전에 외국에서 베스, 블루길 등의 어류를 들여왔다가 토착어종을 잡아먹는다며 다시 잡아없애는 것이며, 황소개구리가 필요할 때는 도입했다가 생태계를 파괴하니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는 등의 주장도 계속 들어온 이야기이다. 바람직한 생태계, 균형잡힌 환경이 무엇인지를 인간의 기준으로 미리 정해놓고 거기에서 벗어나면 유해조수라는 딱지를 붙여 바람직한 생태계(?)를 위해 제거해야 한다고 한다. 보호해야 할 대상은 대개 토종 동식물, 보기에 사랑스런 연약한 초식동물, 사람의 거주지와 멀리 떨어진 곳에 점점이 흩어져 사는 야생맹수라면, 제거해야 할 것은 대개 토착 환경에 침범한 외래종, 인간거주지 가까이 살면서 피해를 주거나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동물, 이런 식으로 공식화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베스, 블루길, 황소개구리 따위는 무슨 죄가 있어 원치도 않는 나라까지 왔다가 이유도 모르고 죽음을 당해야 하는가. 인적없는 산 속에서 살 때는 보호해야 할 희귀종이라더니 인간이 침범한 후에는 자기들이 피해받기 싫다고 총질을 해대는 건 무슨 논리인가. 그냥 솔직하게 자연이고 뭐고 아는 것 없으며, 사랑스럽고 도움이 될 때는 곁에 두고 나중에 성가셔지면 없애고 싶은 거라고 말하라.

어쩌면 어떤 것이 좋은 환경인지, 조화로운 자연인지는 그 자신 역시 생태계 속 일원일 뿐인 인간이 결정할 바 아닌 지도 모른다. 적어도 환경, 생태계라는 말을 운운하려면 블루길과 참붕어, 고양이와 비둘기, 고라니와 농작물 그리고 그 모든 것과 인간을 같은 입장에서 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냥 사람 맘대로 살리고 죽인다고 말하면 될 것을 그 때마다 환경 보호를 위해서라고 들먹이는 것은 보기 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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