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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잡설

나심 탈레브에 대한 오해를 풀다


지난 금융위기를 통해 명성을 얻은 사람 중 나심 탈레브란 사람이 있다. 시장붕괴에 베팅해 큰 돈을 벌었고 블랙 스완이라는 책도 냈다. 확률상 일어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간주되지만 만약 현실로 이루어질 경우 큰 파장을 불러올 사건을 검은 백조 즉 블랙 스완에 비유했다.  

그런 그가 금융위기 이후에는 하이퍼인플레이션에 베팅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각국의 재정투입에도 불구하고 경기회복에 한계가 보이고 반등했던 각국 주식시장과 상품시장이 최근 큰 폭으로 하락하는 것을 보며 그의 운도 한 번 뿐이었나보다라고 내심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며칠전 말콤 글래드웰이 지은 '그 개는 무엇을 무엇을 보았나' 라는 책에서 나심 탈레브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그에 대해 가지고 있던 얄팍한 편견을 버리게 되었다. 그는 투자에 관한 그 어떤 이론이나 예측도 100퍼센트 믿지 않으며 오직 커다란 투자손실로 파국을 맞을 가능성을 피하고자 하는 조심스러운 사람이었다. 시장이 꾸준히 상승하면 끝없이 오르는 시세를 대세로 여기며 이에 반대하는 의견은 모조리 무시되곤 하지만 나심 탈레브는 예기지 못한 사건이 갑자기 시장을 깨뜨릴 수 있다고 믿는다. 눈앞에 보이는 시세의 움직임,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연일 쏟아내는 투자의견을 모두 무시한다. 재앙의 가능성이 비록 낮지만 이를 무시하고 99일간 수익을 얻다가 마지막 100일 째 파국을 맞는 것보다 나쁜 일이 전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99일간 재앙에 대비하느라 매일 손실을 보더라도 어느 날 갑자기 두려워하던 위험이 급습할 때 살아남겠다는 것이 탈레브의 투자전략이다.  

하이퍼인플레이션에 베팅한 헤지펀드를 만들었다는 기사를 보았을 때 가능성 희박한 도박에 뛰어든다고 생각했었지만 그의 투자철학을 알게 된 지금은 탈레브가 하이퍼인플레이션이 현실화될 경우 모든 금융자산의 가치가 날아갈 것에 대비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초인플레가 과연 일어나기는 할 것인지, 그의 베팅이 성공하는 것을 보게 될 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눈 앞의 작은 수익을 사냥하기 위해 변덕스럽게 뛰어다니길 거부하고 언제일지 모르나 필연적으로 닥쳐 올 시기를 묵묵히 대비하는 자세는 무엇보다 나 자신을 깊이 돌아보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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