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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

인간과 동물 고양이가 쌔근쌔근 잠을 잔다. 동물에게 삶은 어떤 식으로 지나가는 것인가.배고픔, 졸리움을 사람과 마찬가지로 느낀다. 사람이라고 하루 종일 깊은 생각에 잠겨 있지는 않다. 대부분의 시간은 별 생각없이 밝음, 어두움, 소음, 자극 등에 반응할 뿐이다. 동물에게 하등하다고 하지만, 사람도 많은 시간을 하등한 동물과 같은 식으로 보내고 있다. 진지한 성찰, 감정의 고양 따위는 아주 가끔만 일어나는 사건이다. 개, 고양이, 노루를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아예 알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인간의 삶도 적잖이 그들을 닮아있을 것이므로.동물은 쓰다듬어 주거나 밥을 배불리 먹여주거나 산책시켜 줄 때 만족스러워한다. 사람도 그렇다. 스킨십, 포만감, 적당한 운동에서 행복을 느끼곤 한다. 생활 속 소소한 것으로부터 즐거.. 더보기
우리집 마당고양이 '갈색이'와 다시 만났지만 길고양이가 밥먹으러 오다가 하루 이틀 거르는 일은 다반사지만 얼굴 익힌 녀석이 나타나지 않으면 마음이 쓰이는 법. 지난 주말 동안 종적을 감추어 걱정을 하게 만들던 갈색이는 19일, 화요일에 다시 찾아왔지만 건강한 모습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겉으로 보기에 이상한 곳도 없길래 무심하게 지나치고 말았다. 지금 생각하면 큰 실수였다. 그 날 남매들과 햇볕을 쬐던 갈색이는 다시 모습을 감추었다가 3일 후인 19일, 금요일에 매우 심각한 상태가 되어 늘 일광욕을 하던 자리에 주저앉아 있었다. 더 생각할 것 없이 곧바로 박스에 담아 가까운 동물병원에 데려 갔다. 의사 소견은 이물질 중독으로 보인다는 것이었다. 털에 묻어있는 끈끈이로 보아 쥐를 잡으려고 밖에 놓아둔 이런저런 것들을 잘못 건드린 듯하다고 했다. 그 날.. 더보기
2.21 단상 돌아보면 바보짓을 참 많이도 했다. 다시는 그러지 않을 수 있나 자문해보게 된다. 어떤 것들이었는지 굳이 열거할 맘은 없다. 그런다고 없던 일이 되는 것도 아니니까. 어느 새 과거의 어느 시기까지는 이미 하나의 장으로 분류되어 페이지가 넘겨진 것 같다. 시간이 흘렀다는 얘기. 이럴 줄 몰랐는데 때가 되자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군. 시간이 또 많이 흐르면 뭘 새로 알게 되련지. 빨리 알고 싶지는 않다. 더보기
대선 이후 지하철 안에서도, 식당에서도 P후보 지지자들은 큰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나는 아무개 찍었다. 덧붙여 곧 퇴임할 L 대통령이 사실은 아무 잘못도 없는데, 단하나 실책은 임기초 광화문 앞 시위를 공권력으로 진압하지 않은 것이라는 대리 변론까지 참으며 듣고 있다. 영남 방언으로 이야기하는 그들만의 대화를 멀찍이에서 억지로 듣고 있자니 내가 외국에 나온 듯 고립감을 느낀다. 특정 방언이 그렇게 두렵게 느껴진 적은 지금껏 처음이었다. 자기들 생각에 동조하는 않는 이는 끼어들 수도 없는 배타적인 서클. 공권력, 진압, 이런 말들을 왜 일반 국민 입에서 들어야 하지. 그들은 자신이 권력에 한 발 가까이 다가갔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인가. 30여년 전 고립된 도시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도 그들은 똑같은 말을 하겠구나... 더보기
가보(家寶) 우리 나라에서 保守란 무엇을 지켜가겠다는 것인가. 새 집을 짓고 나서 진작 버려야 했을 물건들이 어느 새 家寶로 둔갑해가고 있다. 그냥 여기가 네 집이니 아무 말 말고 사랑하라고 하는군. 국민의 선택이라고 하는데, 무슨 선택이 지리적 경계선을 따라 매번 동일하게 나타나는지. 국민의 선택이라는 오음절 속에 국민의 상당수는 거의 항상 소외되고 있는 현실. 최근 10여년이 마치 꿈결이었고, 하루 사이에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온 기분이 드는 아침이다. 더보기
12월 15일 토. 오늘 있었던 일들 밤마다 자기 전에 밖에 나가 먹이를 챙겨 주는 길고양이 아기들이 네 마리 있는데 그 가운에 젖소 무늬 고양이가 다리를 접질린 것같다. 밥도 물도 마다하고 침울해하다가 아프다고 어우~ 하고 운다. 높은 데서 내려오다가 그런 일이 많다는데 저절로 낫기도 한단다. 골절이 아니길. 그러면 일이 커진다. 아픈 다리로 공연히 멀리 돌아다닐까봐 상자를 하나 밖에 내놓았다. 추운 겨울날 그게 집 역할을 제대로 해 줄지 의문이기도 하지만 자기들끼리 몸 맞대고 자면 그런대로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 거다. 고양이 밥주는 걸 뭐라 하는 사람도 많다고 하는데 어미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고 새끼 네 마리가 버려져 있는 걸 여름부터 지금까지 살피다보니 이미 정이 들어 이제와서 외면하기 힘들게 됐다. 길이 미끄러워 시간이 많이 소요.. 더보기
취침등 나는 밤에 등을 켜고 자는 걸 싫어한다. 하지만 함께 사는 식구가 밤에도 불을 켜 놓길 원해 어쩔 수 없다. 해가 넘어가면 사방이 어둠이 잠기는 것이 자연의 섭리라면 당연히 방도 어둡게 하고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하루 종일 머리 속을 맴돌던 온갖 생각들을 어둠 속에서 지워버려야 편안하게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반면, 자다가 물을 마시려고 일어나거나 화장실에 가려면 칠흙같이 어두운 것이 아무래도 불편하기는 하다. 취침등을 켜는 것은 그런 현실적인 이유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지켜본 바로는 방을 어둡게 하고 싶어하는 사람과 밝게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기질이나 성향에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등을 밝혀 놓아야 밤에 깨어 돌아다니기 쉽다는 이유는 단지 표면적일 뿐이고, 어두운 방이.. 더보기
기록의 수명 누군가 생전에 아무리 많은 편지, 사진 등을 남긴다고 해도 후손이 소중히 여겨 보관해야만 오래도록 남는 것.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것을 귀중하게 여길 줄 아는 후손(후학, 후배)를 갖는 것은 큰 행운이란 생각이 듬. 어릴 적 외할머니가 남긴 편지들을 하나도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며.. 더보기
선인장 5년 가까이 키워온 선인장이 있었다. 꽃도 한 번 피었었고 올해도 꽃망울이 맺힌 걸 보았다. 그런데 그저께 집에서 화나는 일이 있어 분풀이를 한다고 그만 선인장 화분을 엎어버렸다. 지금 와서 그게 얼마나 후회되는지 모른다. 흔히들 말 못하는 짐승이라고 하는데 선인장은 깨갱 야옹 소리는 커녕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는 식물 아닌가. 기분 좋게 여름의 뜨거운 햇살을 즐기고 있다가 느닷없이 변을 당했으니 그 한이 어찌 크지 않겠는가. 화분에서 쏟아진 선인장을 집어던진 곳을 가만히 살펴보며 혹시 눈에 띄면 다시 주워다 심어 살리려고 했으나 개울물에 실려 떠내려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고통을 호소하지 못하는 존재에게 아픔을 안기는 것이 가장 큰 악행인 것을.. 더보기
가상 세계 현실 속에 안식처가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런 경우 게임이나 블로그질에 빠져든다. 몸은 현실의 공간에 마음은 가상의 도피처에 두며 스스로를 분리시키는 것이다. 가상의 도피처로 들어가는 문은 PC, 스마트폰 이런 것들이다. 스크린 안에는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 '이상한 나라의 폴'에서는 허공에 요술봉을 휘두르면 '이상한 나라'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이 열리고 그곳에서 모험을 신나게 할 수 있었다. 그러나 PC모니터는 그토록 들어가고 싶은 가상의 세계와 벗어나고 싶은 현실 세계 사이를 유리로 막아놓았다. 어항 속의 금붕어는 단지 밖에서 바라볼 수만 있듯이 가상 세계를 아무리 동경해도 그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으므로 불행한 인간은 여전히 자신의 현실에 물리적으로 속박되어 있다. 실제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