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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

대선 이후





지하철 안에서도, 식당에서도 P후보 지지자들은 큰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나는 아무개 찍었다. 덧붙여 곧 퇴임할 L 대통령이 사실은 아무 잘못도 없는데, 단하나 실책은 임기초 광화문 앞 시위를 공권력으로 진압하지 않은 것이라는 대리 변론까지 참으며 듣고 있다. 영남 방언으로 이야기하는 그들만의 대화를 멀찍이에서 억지로 듣고 있자니 내가 외국에 나온 듯 고립감을 느낀다. 특정 방언이 그렇게 두렵게 느껴진 적은 지금껏 처음이었다. 자기들 생각에 동조하는 않는 이는 끼어들 수도 없는 배타적인 서클. 공권력, 진압, 이런 말들을 왜 일반 국민 입에서 들어야 하지. 그들은 자신이 권력에 한 발 가까이 다가갔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인가. 30여년 전 고립된 도시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도 그들은 똑같은 말을 하겠구나. 

반면, M후보에 표를 준 사람들은 어디에서도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 그저 듣기 거북한 목소리가 들리면 전철 옆칸으로 옮겨가는 것이 전부이다. 식당 주인의 어쭙잖은 정치 평론을 들으며 후다닥 밥그릇을 비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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