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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

시간이 자산 시간만 충분히 주어지면 당장은 해내기 곤란한 일도 할 수 있다고 믿곤 한다. 역시 시간이 가장 큰 자산인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단지 뒤로 미루어놓았을 뿐일 수도 있는데 시간을 벌면 그 사이에 없던 수라도 생겨나는 것인가. 그러한 희망에는 요행에 대한 기대가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어떻게든 될 것이라는 식의 낙관 덕에 잠시동안은 숨통이 열릴 것이다. 그러나 이전과 비교하여 전혀 다를 것 없는 현실과 다시 마주해야 하는 반갑지 않는 일이 기다리고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더보기
교육의 효과 새로운 것은 좀처럼 체화되지 않는다. 책을 읽어도 읽을 때만 머리에 남는 것 같지 책을 덮고 나면 읽기 전과 마찬가지로 행동한다. 한 번 읽고 책장에 꽂아둔 책들은 종이 뭉치에 불과하다. 겨우 몇 주 밖에 지나지 않아도 다시 펼쳐보면 완전히 새로운 내용이다. 그 동안 다 잊어버렸다는 얘기다. 꼭 필요한 부분은 마치 학교 공부하듯 두 번 세 번 반복하여 머리 속에 새겨둘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서 조금씩 새로운 사람으로 바뀌는 것이다. 더보기
새로 알게 된 고양이 밥손님이 하나 더 늘었다. 머루랑 비슷하게 생겨서 한동안 몰라봤는데 어느 날 우연히 눈이 마주쳤을 때 분명히 알았다. 새로운 녀석이 찾아온 것이다. 먼저 자리잡은 고양이들에게 해가 될까 싶은 마음에 몇 번 쫓다가 결국 그만두었다. 그 놈도 오죽하면 다른 고양이가 먹다 남긴 걸 먹으려고 찾아오겠는가 싶어서였다. 그 고양이가 나와 눈이 마주쳤을 때 눈빛에 두려움이 가득했다. 그래도 어렵게 찾아낸 밥을 두고 갈 수가 없었는지 나름 머리를 굴리는 듯 했다. 인간이 곧 떠날 테니 그냥 밥을 먹을지 혹시 위험한 놈일 지 모르니 밥을 버리고 달아날지를 두고. 내가 슬쩍 자리를 피해 주었다. 나중에 가 보았더니 말끔히 먹어치웠다. 경계심이 많은 녀석이라 사람들 눈에 쉽게 들키지는 않을 것 같다. 적당한 두려움을 지닌 .. 더보기
카드를 하나 만들려다 어머니가 병원에 자주 가야 하기에 그 비용도 보통이 아니다 싶어 혼자 조용히 고민하다가 의료비 할인 신용카드를 만들기로 했다. 곧 인터넷으로 검색하자 카드 몇 종류가 눈에 띄었다. 그러나 뭐랄까, 빛좋은 개살구라고 해야 하나, 혜택을 받기 위해선 전월사용금액이 한도이상이어야 한다는 것들 뿐이다. 얼마 안되는 할인을 받으려고 한 달에 30만원씩 써댈수는 없는 일 아닌가. 이왕 카드사 홈페이지에 접속한 참에 다른 카드도 살펴본다. 지금까지 사용해온 통신비 할인 카드가 서비스를 중단한다기에 다른 것을 알아볼 생각. 그러나 이 또한 마찬가지. 단서처럼 붙는 전월사용금액이 걸림돌. 이쯤이면 카드사 욕이 나올 법하다. 미끼에 지나지 않는 할인혜택을 내세워 일단 발급을 받으면 연회비는 무조건 빠져나가는데다가 카드를 .. 더보기
라파즈 비행기타고 먼 남미로 가자 산맥의 꼭대기에서 지구의 숨결과 만난 도시 라파즈 그 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구나 차가운 공기와 따가운 햇살 날카로운 바위산 틈새에 살포시 내려앉은 도시 거대한 자연의 힘에 눌리는 연약한 인간의 마음을 가만히 위로해주는 빈약한 문명 눈 감았다 뜨면 그 사이 어딘가 날아가버릴 것 같은 안데스의 신기루 지친 육신을 끌고 간신히 바위골짜기로 찾아들어간 나그네를 부디 외면하지 말고 그 자리에서 따뜻하게 맞아주기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