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가까이 키워온 선인장이 있었다. 꽃도 한 번 피었었고 올해도 꽃망울이 맺힌 걸 보았다.
그런데 그저께 집에서 화나는 일이 있어 분풀이를 한다고 그만 선인장 화분을 엎어버렸다. 지금 와서 그게 얼마나 후회되는지 모른다. 흔히들 말 못하는 짐승이라고 하는데 선인장은 깨갱 야옹 소리는 커녕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는 식물 아닌가. 기분 좋게 여름의 뜨거운 햇살을 즐기고 있다가 느닷없이 변을 당했으니 그 한이 어찌 크지 않겠는가.
화분에서 쏟아진 선인장을 집어던진 곳을 가만히 살펴보며 혹시 눈에 띄면 다시 주워다 심어 살리려고 했으나 개울물에 실려 떠내려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고통을 호소하지 못하는 존재에게 아픔을 안기는 것이 가장 큰 악행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