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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

인간과 동물





고양이가 쌔근쌔근 잠을 잔다. 동물에게 삶은 어떤 식으로 지나가는 것인가.

배고픔, 졸리움을 사람과 마찬가지로 느낀다. 사람이라고 하루 종일 깊은 생각에 잠겨 있지는 않다. 대부분의 시간은 별 생각없이 밝음, 어두움, 소음, 자극 등에 반응할 뿐이다. 동물에게 하등하다고 하지만, 사람도 많은 시간을 하등한 동물과 같은 식으로 보내고 있다. 진지한 성찰, 감정의 고양 따위는 아주 가끔만 일어나는 사건이다. 개, 고양이, 노루를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아예 알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인간의 삶도 적잖이 그들을 닮아있을 것이므로.

동물은 쓰다듬어 주거나 밥을 배불리 먹여주거나 산책시켜 줄 때 만족스러워한다. 사람도 그렇다. 스킨십, 포만감, 적당한 운동에서 행복을 느끼곤 한다. 생활 속 소소한 것으로부터 즐거움을 얻는 방식은 동물과 거의 비슷할 것이다. 사람은 동물의 행복과 불행을 적어도 절반 어쩌면 그보다 더 많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겉모습만큼 세상을 느끼는 방식이 상이하지는 않은 듯하다. 

단지 서로간에 언어로 구체적인 소통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 지금 잠자는 자리가 맘에 드냐고, 사료가 입에 맞냐고 물어보고 답을 들을 수 없다. 물론 그들만의 의사표현을 한다. 야옹, 멍멍 소리 또는 꼬리치는 행동 따위로. 서로에게 익숙해질수록 그런 비언어적 표현으로도 개, 고양이의 상태를 점점 정확히 알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사람의 말로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불가능하고 그것이 동물과 사람의 관계가 어느 한계 이상 깊어질 수 없는 한계로 작용한다.

그러나 사람끼리 언어로 나누는 대화는 실제로 어느만큼 만족스러운가. 동물과 나눌 수 없는 언어로 된 대화를 많은 사람과 나누지만 그로부터 얻는 만족은 과연 어느 정도인가. 일상 생활에서 나누는 이야기는 대부분 익숙한 사람들 즉 가족, 업무관계인과 이루어지고 대개 늘 비슷한 패턴이 반복된다. 낯선 사람과 나누는 이야기는 비일상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갖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일정한 정형을 따른다. 소개로 만난 남녀가 나누는 대화는 어떤 식인가. 만남의 시기, 상대는 달라져도 물어보는 내용, 대답하는 방식은 지겨울만큼 똑같다. 귀가하는 길에 개가 늘 하던 대로 멍멍 짖듯이 사람들간의 대화도 단지 멍멍, 야옹 보다 다채로운 소리를 낸다는 것을 제외하면 지극히 일상적, 정형적 틀을 답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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