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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

12월 15일 토. 오늘 있었던 일들




밤마다 자기 전에 밖에 나가 먹이를 챙겨 주는 길고양이 아기들이 네 마리 있는데 그 가운에 젖소 무늬 고양이가 다리를 접질린 것같다. 밥도 물도 마다하고 침울해하다가 아프다고 어우~ 하고 운다. 높은 데서 내려오다가 그런 일이 많다는데 저절로 낫기도 한단다. 골절이 아니길. 그러면 일이 커진다. 아픈 다리로 공연히 멀리 돌아다닐까봐 상자를 하나 밖에 내놓았다. 추운 겨울날 그게 집 역할을 제대로 해 줄지 의문이기도 하지만 자기들끼리 몸 맞대고 자면 그런대로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 거다. 고양이 밥주는 걸 뭐라 하는 사람도 많다고 하는데 어미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고 새끼 네 마리가 버려져 있는 걸 여름부터 지금까지 살피다보니 이미 정이 들어 이제와서 외면하기 힘들게 됐다. 


길이 미끄러워 시간이 많이 소요된 탓에 예술의전당 토요콘서트에 늦을 뻔했다. 공연 시작 직전에 간신히 시간을 맞추었다. 오늘 연주곡은 라벨 찌간느,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 1부 순서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던 이보경씨가 참 아름다웠다. 2부 베를리오즈를 연주하기 전에 김대진 지휘자의 상세한 곡 설명이 있어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청중의 취향과 다소 어긋났는지 악장이 끝날 때마다 자리를 뜨는 사람들이 보였다.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켜준 청중을 위한 보답으로 김대진 지휘자가 3악장을 앙코르로 들려줬다. 


한국 야후가 이달중으로 철수한다고 한다. 한국에 인터넷이 처음 퍼져나가던 때 나도 야후에 계정을 만든 적이 있다. 야후, 알타비스타, 라이코스 등이 주름잡던 시절이 기억난다. 이미 사용하지 않게 된 지 오래된 계정이지만 과거에 익숙했던 것들이 하나씩 사라지는 경험이 뭔가 아릿한 느낌을 안겨 준다. 지금 티스토리에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지만 언젠가는 티스토리도 사라지겠지. 이 곳에 올린 글과, 사진 그리고 기억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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