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밤에 등을 켜고 자는 걸 싫어한다. 하지만 함께 사는 식구가 밤에도 불을 켜 놓길 원해 어쩔 수 없다. 해가 넘어가면 사방이 어둠이 잠기는 것이 자연의 섭리라면 당연히 방도 어둡게 하고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하루 종일 머리 속을 맴돌던 온갖 생각들을 어둠 속에서 지워버려야 편안하게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반면, 자다가 물을 마시려고 일어나거나 화장실에 가려면 칠흙같이 어두운 것이 아무래도 불편하기는 하다. 취침등을 켜는 것은 그런 현실적인 이유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지켜본 바로는 방을 어둡게 하고 싶어하는 사람과 밝게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기질이나 성향에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등을 밝혀 놓아야 밤에 깨어 돌아다니기 쉽다는 이유는 단지 표면적일 뿐이고, 어두운 방이 두렵다는 것이 진심 아닐까. 동굴에 살던 시절의 원시인들도 입구에 불을 피워놓고 잠을 잤던 것을 봐도 어둠을 틈타 맹수나 이상한 자의 침입을 받을 수 있었던 밤에 대한 공포는 모든 인간에게 근원적으로 각인되어 있는 지도 모른다. 이후 튼튼한 집을 짓고 문을 닫아걸 수 있게 되면서 동물과 도둑을 쫓기 위한 불피우기는 현실적으로 필요 없어졌다. 그런데도 특히 어린아이들은 밤에 불을 끄는 것을 대부분 두려워하고 성인들 중에서도 여전히 수면등을 켜야만 편안하게 잠들 수 있는 사람이 있다. 아마 본능적으로 경계심과 조심성이 강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밤에 대한 두려움은 사나운 짐승과 강도로 인한 것이기도 했지만 낮에 본 익숙한 대상들이 보이지 않는 어둠은 죽음을 연상하게 하기도 한다. 전설 속 저승사자는 검은 두루마기를 입고 있다. 문화권이 다른 독일에서도 검은 색은 불길하게 여겨진다. 그래서 불을 켜둠으로써 실은 밝은 낮이 지나고 어두운 밤이 온 것을 심리적으로 거부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근래 연구결과들을 보면, 밤에는 어둡게 해 놓고 자야 신체의 면역기능이 강화되어 암을 비롯한 질병에 잘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심리적인 안도감을 위해 달아놓는 작은 등이 오히려 건강에는 역효과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니 역설적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