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가 밥먹으러 오다가 하루 이틀 거르는 일은 다반사지만 얼굴 익힌 녀석이 나타나지 않으면 마음이 쓰이는 법. 지난 주말 동안 종적을 감추어 걱정을 하게 만들던 갈색이는 19일, 화요일에 다시 찾아왔지만 건강한 모습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겉으로 보기에 이상한 곳도 없길래 무심하게 지나치고 말았다. 지금 생각하면 큰 실수였다. 그 날 남매들과 햇볕을 쬐던 갈색이는 다시 모습을 감추었다가 3일 후인 19일, 금요일에 매우 심각한 상태가 되어 늘 일광욕을 하던 자리에 주저앉아 있었다.
더 생각할 것 없이 곧바로 박스에 담아 가까운 동물병원에 데려 갔다. 의사 소견은 이물질 중독으로 보인다는 것이었다. 털에 묻어있는 끈끈이로 보아 쥐를 잡으려고 밖에 놓아둔 이런저런 것들을 잘못 건드린 듯하다고 했다. 그 날부터 병원에 입원한 갈색이는 월요일 늦은 오후까지 4차례 수액주사를 맞고 소변을 보며 독소를 배출했다. 주말에 동물병원에서 온 연락은 고양이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는 희망적인 소식이었다.
25일, 월요일 저녁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병원에 찾아가 갈색이를 데려왔다. 더 해 볼 수 있는 처치는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간의 일로 크게 놀란 갈색이는 트라우마가 생긴 듯 나에게서 절대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몸 상태도 당연히 좋지 않았고 약 냄새가 진하게 풍겼다. 그럴 때 의지가 되어줘야 할 남매고양이들은 초췌해진 갈색이를 알아보지 못하고 멀리 했다.
병원 치료는 끝났지만 밥은 커녕, 물조차 마시지 않는 것이 큰 문제였다. 입 안, 식도에 상처를 입었는지 뭔가를 토하려는 듯한 행동을 자꾸 하고 억지로 물을 먹이려 하면 저항했다. 그래도 체력이 남아있는지 예전처럼 잘 돌아다니고 27일 아침에는 제법 높은 곳에 점프해 올라가 앉아 있는 것도 보았다. 그 날 저녁에는 퇴원 후 처음으로 고양이 세수를 하고 두어 모금 입에 대다 말았지만 물도 마셨다. 갈색이가 돌아오고 처음으로 기분 좋게 잠들었다.
그러나 오늘, 하루 종일 찾아오지 않았다. 내가 마련해 준 은식처에는 처음부터 발걸음을 하지 않고 자기가 원래 지내던 곳에서 자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 곳에서 나오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