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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극/영화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






키즈애니 라는 타이틀이 붙었지만 어른이 봐도 좋을 법한 만화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원제; 모모에게 보내는 편지)이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일본에서 제작되는 애니메이션 작품이 으레 그렇듯 이 영화도 손으로 그린 옛 그림체로 되어 있어 향수를 자극한다.


엄마인 이쿠코와 둘이 섬으로 살러 들어온 사춘기 소녀 모모가 다락방에서 만난 세 요괴 이와, 카와, 마메와 겪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모모의 마음 속 상흔을 극복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아빠를 잃은 여자아이의 상실감, 사춘기 소녀가 겪는 엄마와의 갈등의 스토리에 요괴들이라는 비현실적인 캐릭터가 가미되어 모녀 앞에 놓인 현실의 무거움이 다소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다락방에 놓인 옛날 책에서 튀어나온 세 요괴들은 외로운 모모에게 골칫덩어리이면서 대화상대이기도 하고 놀이친구도 되어준다. 폭풍이 부는 밤에 위독한 모모의 엄마를 병원에 데려갈 때 사방에서 튀어나온 괴물들이 터널을 만들어 비바람을 막아주는 장면은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라고 할 수 있다.  


도쿄에서 전학온 후 섬마을 아이들 사이에서 겉돌던 모모가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도 볼 만하다. 


주변 어딘가에 반드시 깃들어 있는 혼령이라는 일본의 전통적 관념은 혼자 살아가야 하는 인생이라는 외로움을 다소나마 덜어주는 것 같다. 일본 애니라면 숨은 그림처럼 꼭 등장하는 고양이, 사물에 깃든 혼, 인간과 소통하는 동물 따위가 단골 소재로 쓰이는 것을 보며 내 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벗삼아 살아갈 때 인생은 살 만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영화에서 다소 아쉬웠던 점은 더빙인데, 세 요괴의 목소리로 국내 유명 개그맨이 출연했다. 외산 애니메이션을 한국에 내놓을 때 의례 개그맨의 목소리로 더빙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는 오히려 작품 몰입을 어렵게 하는 것 같다. 영화를 보러 온 것이지 굳이 따로 시간을 내어 개그콘서트를 보러 온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점은 앞으로 나아졌으면 좋겠다.


2011년에 처음 나온 작품으로 국내에서도 개봉관이 많지는 않다. 일본이라는 나라의 위상이 약해지는 것과 더불어 그 문화도 같은 길을 가는 느낌이다. 잔잔하고 다소 밋밋한 느낌도 있지만 웅숭깊은 맛이 전해지는 그런 두 시간이었다.





아빠가 돌아가신 후 엄마와 함께 시오지마섬으로 이사오는 모모



외로운 모모는 요괴들과 친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