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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극/영화

바람이 분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은퇴를 선언하며 결과적으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마지막 작품이 된 "바람이 분다"가 금일 개봉되었다. 일본 해군의 제로센 설계자인 호리코시 지로의 일대기를 다루어 일찌감치 논란의 중심에 선 작품이기도 하다. 


이야기는 호리코시 지로가 항공기 설계기술자로 성장하는 과정과 나호코와의 러브스토리 두 갈래로 흘러간다. 지로는 순수한 기술자일 뿐인지 몰라도 전란의 시대에 태어난 엔지니어가 만드는 비행기란 무기일 수밖에 없는 숙명에 처해 있다. 산 속의 농부조차도 그가 재배한 벼 중 몇 가마는 일본군의 식량이 되었을 것이고, 평화주의자 대학생조차 전선에 끌려간 이상 몇 명은 죽였을 것이다. 살아남았다는 사실 자체가 원죄가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면 그 상황에 처한 개인의 선택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차라리 죽음의 길은 속죄가 될 수 있을 것이지만 어차피 대다수는 눈을 질끈 감고 살아남는 길을 택한다. 변명을 하기도 하고, 현실을 외면하기도 한다. 자신의 꿈이면서 무기이기도 한 비행기에서 애써 꿈을 찾으려던 지로. 기술자가 아니었다면 전선에 징집되어야 했을 시대에 비행기 제작에 매진하기 위해서는 그렇게 자신의 양심과 타협을 해야 하지 않았을까.


결핵으로 먼저 세상을 떠난 슬픈 사랑의 상대였던 나호코는 지로에게 당신은 살아가야 한다고 부탁한다. 살아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려운 현실에서 살아남으려는 노력은 비루해 보이기조차 해도 결국 세상은 그렇게 살아남은 자들이 계속 이어간다. 작품 제목에 등자하기도 하는 바람은 여러 의미가 있다. 나호코와의 사랑을 이어주는 바람은 지로의 꿈인 비행기를 날려 주는 바람이기도, 동시에 그 시대 전쟁의 광풍이기도 하다. 바람이 불어도 살아야겠다는 싯구는 그 시절을 살아온 모든 이의 진심이었을 것이다.


전쟁의 시대를 배경으로 삼으면서도 전쟁 자체보다는 인간들의 삶과 꿈을 주로 다루었는데 그 점이 이 작품으로부터 전쟁에 대한 일본의 반성의 메시지를 보고 싶어했던 관객에게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저 어떤 바람이 불든 사랑과 꿈을 간직하며 살아남고자 할 뿐인 평범한 인간들에게 전쟁조차 지나가는 사건에 불과하다는 것, 중요한 것은 그 무엇도 아니고 삶이 계속 이어지는 것임을 미야자기 감독은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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