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극/영화 썸네일형 리스트형 추억의 마니 지브리 스튜디오의 마지막 작품 '추억의 마니'.미야자키 감독 은퇴 이후 만들어진 두 번째 애니메이션이자 지브리 역사의 대단원을 장식하게 되는 작품이다. 아름다운 자연의 묘사, 서구적 이름과 외모를 가진 주인공 등 일본 애니의 전형적 특징을 그대로 지니고 있으면서, 환타지의 여운을 길게 남기고 있다. 이것이 지브리의 세계였다는 것을 관객이 기억하길 바라듯 만들어졌다는 느낌이다. '나'는 따로 갑자기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아니라, 내가 있기 이전 오랜 세월에 걸쳐 앞서 살았던 이들의 삶의 흔적의 합이라는 것을 몽환적인 스토리로 보여준다. 내 안에 앞서간 이들의 자취가 남아 있듯이 나 또한 내 뒤에 태어날 이들에게 어떤 흔적을 남기게 될 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개인의 독립성을 강조하는 서구적 사고.. 더보기 겨울왕국, 슬픈 진실을 가려주는 해피 엔딩의 마법 애니메이션으로서 유례없는 인기를 모았던 "겨울왕국"도 드디어 이번 주 수요일이면 전국 거의 대부분의 개봉관에서 막을 내리게 된다. 얼어 있던 동심(?)을 다시 녹여 준 이 작품과 드디어 이별할 날이 왔다. 이번 수요일인 19일은 우수 절기이기도 하다. 비가 내리며 겨울의 흔적이 씻겨가기 전에 겨우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영화에 대해 마지막으로 정리할 필요를 느낀다. "겨울왕국"은 잘 만든 뮤지컬로 감상할 수도 있다. OST '렛잇고'가 이 작품 흥행의 거의 절반 이상은 설명해 준다고도 할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이 애니를 보러 거듭 극장을 찾은 것은 주인공들이 부르는 아름다운 노래를 듣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인터넷에는 이미 수많은 관람기가 올라와 있다. 각자 다양한 각도에서 이야기를 대하고 조금씩 다른 감상.. 더보기 겨울왕국 "겨울왕국"은 올 겨울 선물같이 찾아온 영화였다. 이미 상영기간은 막바지로 향해가고 있다. 헤어지는 날이 정해진 연인과 만남을 가지듯 마지막 상영일에 꼭 한 번 더 보려고 한다. '눈의 여왕' 설화에서 아이디어를 빌려와 성장의 아픔, 사랑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새로운 느낌의 스토리로 다시 써냈다. 어른이 되기 위해 거치는 일들, 다가감과 받아들여짐의 문제, 오해와 상처 주고받기 그리고 마지막에는 그 모든 것들의 답일 수 있는 사랑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랑이라는 주제는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진실이란 쉽고 간단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잊고 있었지만 소중한 진실에 대한 동화적 은유로 넘치는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이었다. 이 영화 속 OST는 캐릭터를 잘 보여주고 주제를 드러내주는 훌륭한 곡들이다... 더보기 바람이 분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은퇴를 선언하며 결과적으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마지막 작품이 된 "바람이 분다"가 금일 개봉되었다. 일본 해군의 제로센 설계자인 호리코시 지로의 일대기를 다루어 일찌감치 논란의 중심에 선 작품이기도 하다. 이야기는 호리코시 지로가 항공기 설계기술자로 성장하는 과정과 나호코와의 러브스토리 두 갈래로 흘러간다. 지로는 순수한 기술자일 뿐인지 몰라도 전란의 시대에 태어난 엔지니어가 만드는 비행기란 무기일 수밖에 없는 숙명에 처해 있다. 산 속의 농부조차도 그가 재배한 벼 중 몇 가마는 일본군의 식량이 되었을 것이고, 평화주의자 대학생조차 전선에 끌려간 이상 몇 명은 죽였을 것이다. 살아남았다는 사실 자체가 원죄가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면 그 상황에 처한 개인의 선택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차라리 죽음의 길은.. 더보기 위대한 개츠비 최근 본 영화 중 리뷰를 남기고 싶은 것이 드물었는데 '위대한 개츠비'는 오랫만에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이었다. 원작의 후광, 시각을 압도하는 영상기술이 어우러진 결과물이었다고 생각한다. 1920년대 정신없는 뉴욕을 배경으로 현란한 화면, 요란한 음악으로 정신을 빼놓으며 관객들마저 욕망의 늪으로 끌어들이더니, 그 욕망 속에서 등장인물들이 하나하나 파멸하거나 역겨운 실체를 드러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급기야는 뉴욕의 그 욕망으로 칠해진 화려함에 진저리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서게 한다. 병적일 정도의 긍정주의로 성공을 향해 달려온 개츠비는 모든 것을 얻을 것 같았던 순간에 파멸한다. 개츠비가 마지막까지 믿었던 데이지는 여자가 편하게 살려면 아름답고 귀여운 바보가 되는 게 좋다던 그녀의 말마따나 무책임한 인간일 뿐.. 더보기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 키즈애니 라는 타이틀이 붙었지만 어른이 봐도 좋을 법한 만화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원제; 모모에게 보내는 편지)이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일본에서 제작되는 애니메이션 작품이 으레 그렇듯 이 영화도 손으로 그린 옛 그림체로 되어 있어 향수를 자극한다. 엄마인 이쿠코와 둘이 섬으로 살러 들어온 사춘기 소녀 모모가 다락방에서 만난 세 요괴 이와, 카와, 마메와 겪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모모의 마음 속 상흔을 극복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아빠를 잃은 여자아이의 상실감, 사춘기 소녀가 겪는 엄마와의 갈등의 스토리에 요괴들이라는 비현실적인 캐릭터가 가미되어 모녀 앞에 놓인 현실의 무거움이 다소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다락방에 놓인 옛날 책에서 튀어나온 세 요괴들은 외로운 모모에게 골칫.. 더보기 지슬 제주 4.3을 다룬 영화 지슬을 보고 왔다. 사건을 대하는 당사자들은 각자의 신념에 따라 이 사건에 대해 여러 가지 다른 해석들을 내놓는다. 이 영화를 본 감상임에 국한하여 말하면, 약 60여년 전 제주도의 비극은 인간의 마음 속 "증오"가 빚어낸 참변이라는 느낌이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토벌군의 출신은 다양한데 그 중 "빨갱이"사냥에 유독 집착하는 사람은 공산당에 피해를 입고 월남한 이북 출신 청년이다. 다른 군인들은 비록 토벌에 동원되었으나 작전의 당위를 납득하지 못하고 인간적으로 괴로워하는 모습도 보여 준다. 하지만 "빨갱이"에게 어머니를 잃었다는 평안도 말씨의 그 청년은 주민에 대한 적대 행위에 거리낌이 없다. 그에게 있어 눈에 띄이는 섬 사람은 모두 적군일 따름이다. 토벌기간 중 약 3만의 주민이.. 더보기 집으로 가는 길(我的父親母親, The Road Home) 설특선영화로 EBS에서 방영한 장쯔이 주연 '집으로 가는 길'. 아버지의 장례를 준비하는 현재 속에 양친의 지난 날 이야기가 액자식으로 끼워진 구성이다. 오지 마을에 부임한 교사인 아버지에게 한눈에 반한 어머니(장쯔이), 그 둘의 이야기이다. 옛날에 나온 한국영화 '내 마음의 풍금'과도 비슷한 느낌이 든다. 곡선이 흘러가는 매끈한 언덕들과 그 위에 짧은 머리카락처럼 돋아난 초록색 풀들이 단조로운 풍경을 빚어내며 군더더기없이 순수한 이야기에 걸맞는 배경이 되어주고 있다. 한눈에 반한 남편에 대한 사랑으로 평생을 살아가는 "쟈오 디"는 마치 정지된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것 같다. 수업할 때의 남편의 낭랑한 목소리는 수십년을 들어도 한결같이 아름답다고 말하던 모습. 현재시점의 화면은 흑백으로 탈색되어 있고, .. 더보기 빨간머리 앤 극장판 (원제; 赤毛のアン グリーンゲーブルズへの道) 30대 이상이라면 거의 기억하는 이름 "빨강머리 앤". 저녁마다 tv앞에 앉아 기다리던 브라운관 속의 친구 앤 셜리. 향수에 끌려 다시 한 번 만나보기 위해 주말에 극장을 찾았다. "빨강머리 앤"이라 하면 지금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주근깨 빼빼마른 빨강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로 시작하는 밝은 느낌의 주제가이다. 그 모습 그대로 볼 수 있을까. 마치 오랜 옛 적 첫사랑을 만나러 갈 때의 조심스럽고 두근거리는 마음이었다. 한편으론 기대반 걱정반이었기도 한 것은, 각각의 독립된 회차로 구성된 원작애니메이션을 어떻게 2시간짜리 극장판으로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단지 원작의 전반부 몇 회를 이어서 보여주는 것이라면 그저 큰 스크린으로 TV를 보는 것에 지나지 않을 테고, 극장판을 .. 더보기 라이프 오브 파이 거친 바다에서 보트 하나를 의지하여 표류하는 소년과 호랑이. 작년 예고편을 보고 기다려오다가 오늘 보고 왔다. 인간과 동물의 교감, 인간의 눈에 담기 버거운 장대한 파노라마를 보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영화 제목은 "라이프 오브 파이". 왜 "어드벤처 위드 타이거"가 아니지? 중년 인도인 남자 '파이'가 자신의 집을 찾아온 소설가와 대화를 나누며 영화가 시작된다. 소설가는 작품의 소재를 찾으려고 그를 방문한 것. 파이는 유년기부터 자신의 지나온 삶을 풀어내는데.. 파이의 본이름은 피신 몰리토 파텔. '피신'이 오줌이란 뜻의 영어단어와 발음이 비슷하여 어린시절 놀림감이었다. 그래서 자기 이름을 줄여 '파이'라고 부르기로 결심. '파이'는 원주율, 3.1415.... 끝없이 이어지는 수이다. 급우들 앞에서.. 더보기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