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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

가상 세계


현실 속에 안식처가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런 경우 게임이나 블로그질에 빠져든다. 몸은 현실의 공간에 마음은 가상의 도피처에 두며 스스로를 분리시키는 것이다. 가상의 도피처로 들어가는 문은 PC, 스마트폰 이런 것들이다. 스크린 안에는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 '이상한 나라의 폴'에서는 허공에 요술봉을 휘두르면 '이상한 나라'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이 열리고 그곳에서 모험을 신나게 할 수 있었다. 그러나 PC모니터는 그토록 들어가고 싶은 가상의 세계와 벗어나고 싶은 현실 세계 사이를 유리로 막아놓았다. 어항 속의 금붕어는 단지 밖에서 바라볼 수만 있듯이 가상 세계를 아무리 동경해도 그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으므로 불행한 인간은 여전히 자신의 현실에 물리적으로 속박되어 있다. 실제로 경험할 수 없다면 아무리 생생해도 현실이 아니다. 그러므로 인터넷으로 구축한 세계는 매력적이지만 '가상'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것이다. 가상 세계는 현실성을 얻는 데 필수적인 공간성을 결여하고 있다. 시각과 청각을 만족시키지만 촉각과 공간성을 숙명적으로 결여한 사이버세계는 영원히 절름발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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