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옹'소리로밖에 대답할 줄 모르고, 내가 하는 말을 알아듣는 것 같지도 않지만 고양이와 나 사이에 서로 뭔가가 전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는 한다. 몇 시에 어디서 뭐 했느냐 식의 대화는 불가능하지만 사람이 뭐라고 말을 하든 고양이는 그것을 전부 "저 인간이 '널 사랑해' 아니면 '많이 먹어'라고 얘기하나보다" 라고 이해하고 자기 나름대로 짧게 '야옹'소리를 내어 만족스런 감정을 전하는 것 같다.
그렇게 서로 우호적인 태도를 확인한 다음부터는 곁에 앉거나 쓰다듬어도 아주 편안해한다. 사람과의 의사소통이라면 몰라도 동물과 사람사이에 마음이 통한다는 건 과연 가능한 일일까 싶기도 하고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경우조차 실은 사람의 착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만약 동물과 사람간에 서로 믿고 편안해할 수 있는 관계가 만들어졌다면 완전히 다른 두 존재들끼리 가능성이 희박했던 힘든 일을 이루어낸 것인가? 그렇다면 그렇게 어려운 일도 가능한데 왜 같은 사람끼리는 쉬이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일이 쉽지 않은가.
말이 통하지 않는 존재인 동물에게는 약간의 마음을 나누어주는 것으로도 쉽게 친해지지만, 사람과는 말이 통하기 때문에 복잡한 의사소통을 해야 하고 복잡한만큼 결국 뜻이 맞지 않아 다툴 일도 많아지지 않나 싶다. 고양이는 애초에 내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기에 뭐라고 말하든 그게 다 자기를 예뻐한다는 말로 받아들이면 그만일 터.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기에 자기 좋은 대로 상대를 해석할 수 있는 적당한 오해의 공간이 존재하게 된다.
말로 끝없이 부딪치며 서로를 이해해가야 할 사람과의 관계, 적당히 오해해도 오히려 괜찮은 동물과의 관계. 어느 것이 진실에 가까운가. 어느 것이 더 행복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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