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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금연 전쟁


천식이 있는 어머니가 내과에 갔더니 의사가 담배부터 끊으라고 했단다. 껌처럼 생긴 금연제를 처방해 주었다고.
후두에 질환을 앓다가 담배를 끊기로 했던 동네사람이 있는데 금연 후 체중이 불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오랫동안 입에 물던 담배를 내려놓으면 다른 것을 계속 먹어야 허전함이 채워지는 모양이다.
저녁에 간식을 지나치게 섭취하기에 심하다 할 정도로 싫은 소리를 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예의 그 동네 사람 이야기를 꺼내며 담배를 끊고 오히려 더 몸이 나빠지는 것 같아 다시 피우려 한다는 것. 큰 질환을 앓아 스스로 금연을 했던 사람까지 결국 다시 마음을 돌려버리는 걸 보니 아버지 어머니가 담배를 멀리하는 건 불가능할 것같다.
담배를 끊는 것이 좋기야 하겠지만 남이 뭐라 해도 거부하기로 미리 마음을 먹은 사람을 설득하기는 힘들다. 나의 관여는 본 뜻과 상관없이 폭력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그 자체로는 좋은 일인 것 같아도 남에게 요구하면 본인 입장에서는 강요로 비쳐지는 것이 더러 있는데 금연이 그 중 하나인 듯 하다.
억지로 금연하라고 계속 고집하다가는 식구끼리 서로 악감정이 생겨날 것이니 어차피 담배를 끊게 하지도 못할 것, 감정에 흉터만 남기게 된다. 객관적으론 옳아보여도 실제로는 차라리 하지 않는 게 나은 경우에 해당하는 것같다.
어찌보면 흡연자에게 금연을 강요하는 것은 당사자의 건강을 진정 염려해서라기보단는 내 설득이 먹혀들때까지 상대방을 몰아붙여보겠다는 고집인지도 모른다. 아버지 어머니의 연령 모두 70에 가까우니 금연하여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얼마나 되겠는가. 아버지와는 끝내 금연 문제 때문에 불편해지게 될 뿐이며, 어머니는 천식에 더해 금단증상까지 얻고 결국 금연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그냥 놔두는 것은 최선은 아니어도 차차선은 될 듯.
내가 얻어들은 지식에 비춰 옳다는대로 밀어붙여보려다 뜻대로 되지도 못한채 타인과의 갈등으로 오히려 더 난장판이 될 수도 있다. 굳이 낫게 고치려다보다 나쁘지 않으면 그냥 놔두는 것, 사실은 그게 최선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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