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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발레/무용

연말을 장식한 꿈같은 발레공연




유난히 차갑게 느껴지던 올 연말 겨울 공기와 부딪치며 두 편의 대작과 만나기 위해 열심히 돌아다녔다. 태어나서 한 번도 이런 공연을 본 적이 없는데 가슴 속에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러고 있는지 스스로도 모를 일이었다. "호두까기 인형", "백조의 호수"를 각각 두 번씩 보았다.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마주칠 때 한 번 더 돌아보듯 두번째 관람하고 나자 작품과 더 친해진 느낌이었다. 일주일간의 발레 투어를 마친 지금 머리엔 기억이, 가슴엔 감동이, 목엔 목감기가 남았다. 두 시간의 마법을 선사하고 기약없는 날을 향해 떠난발레리나들이 그립다. 何日君再來!


 
1. 24~25일, 호두까기 인형

서울 노원문화예술회관에서 24,25일 이틀간 차이코프스키 "호두까기 인형"을 공연했다.



여주인공 클라라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호두까기 인형이 꿈 속에서 왕자로 변해 주인공과 함께 모험과 여행을 한다는 줄거리.
연출자의 의도에 따라 같은 작품의 안무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노원에서 공연한 "호두까기 인형"은 단장 이원국씨가 안무를 새로 짠 작품이라고 한다.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 등의 안무를 오리지널로 하여 그대로 모방하거나 축약한 버전이 국내에서 선보여 왔다는데 이번 공연은 참신한 시도라고 생각된다. 


막이 오르기 5분전 둔중한 종소리가 세 번 울리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공연중 촬영은 일체금지.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장면이 계속 이어졌지만 성숙한 관람객이 되려면 어쩔 수 없었다. 
선물로 받은 호두까기 인형을 오빠가 빼앗으려다 망가뜨리게 되는데, 클라라의 꿈 속에서 쥐떼가 등장하고 왕자로 변한 호두까기 인형이 그들을 물리치고 클라라와 함께 과자의 나라로 즐거운 여행을 떠나게 된다. 짖궂은 여자아이의 오빠가 클라라의 꿈 속에서 쥐떼로 나타났나보다라고 생각했다. 어린 여자아이에게 오빠란 무서운 쥐떼인 건가..?

공연이 끝나고 남여주인공의 기념촬영


즐거운 시간이 끝나면 아쉬운 떠남이..

 
 2. 28~28일, 백조의 호수

28,29일에는 러시아 국립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가 경기도 안산에서 공연되었다.
안산문화예술회관은 별무리극장, 해돋이극장, 달맞이극장 모두 3개의 공연관으로 구성, 발레상연은 해돋이극장에서 이루어졌다.

화려한 1층 로비

 
 극장 내부 소재는 나무로 되어 있다. 보기에 은은하고 소리를 흡수해준다.


 무대 스크린에는 보기 드물게 그림이 그려져 있다. 극장소재지가 단원김홍도의 호를 딴 안산시 단원구이므로 김홍도의 작품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이곳에서도 공연 전에 무거운 종소리가 세 번 울렸다. 어디에서나 동일한 관례인가보다.

 
 공연중에는 역시 촬영금지. 28일에는 2층에서 다음날 마지막 공연은 1층에서 보았다. 2층에서 보는 느낌은 무대가 한눈에 바라보인달까 그러나 영화와 달리 무대에서 멀어지면 잘 안 보여 답답하다. 쌍안경으로 내려다보자 발레리나 이마의 땀까지 볼 수 있었다.


왕자 지그프리트와 마법에 걸려 백조가 된 오데트가 서로 만나 한 번에 사랑에 빠졌다. 그러나 나쁜 마법사가 오데트와 닮은 모습을 한 오딜을 등장시키고 왕자는 그에 속아 오데트가 아닌 오딜과 약혼하고 만다. 뒤늦게 실수를 깨달은 지그프리트가 호수로 오데트를 찾아가 용서를 빌고 둘이 힘을 합쳐 마법사를 물리친다는 내용. 요약하면 남자는 여자 만날 때 속지 말자.


러시아국립발레단원의 기념촬영. 사진 속 발레리나 3명은 호수가 백조무리를 연기했음. 조연인 셈. 그러나 러시아국립발레단원들은 거의 모두가 국제수상경력을 가졌으므로 눈에 띄지 않는 역할조차도 상당한 실력을 가졌다고 봐야 할 것.



 가슴에 여운 안고 돌아가는 길. 아름다운 요정들! 내년에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