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제목의 무대도 연출에 따라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금일 노보시비르스크 발레단의 공연으로 감상한 백조의 호수도 마찬가지.
서곡 연주가 끝나고 막이 오르며 무대 위에서 마네킹처럼 미리 자리잡고 있던 무용수들이 음악에 맞춰 움직이기 시작한다. 노보시비르스크 발레단이 각색한 독특한 개막장면이다. 연갈색으로 통일된 조연무용수들의 의상은 홀로 푸른 옷을 입은 지그프리트왕자가 유독 눈에 띄게 만들어주어 그가 주인공임을 누구라도 알게했다.
왕자의 성인식을 축하하며 유명한 "꽃의 왈츠"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젊은 남녀들이 군무를 추며 이제까지 본 전 없는 듯한 달라진 안무를 선보였다. 왈츠와 밝은 선율과 잘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성인식을 마친 왕자가 그 다음 차례에 맞이한 무도회에서는 왕자의 결혼베필이 될 여성들이 부채를 들고 춤을 추고 이어 스페인 춤, 헝가리 춤, 폴란드 춤 등 다채로운 무용이 선보이는데 모두 이번 무대를 위해 새로 짠 안무동작들인 것 같다. 같은 작품이 계속 무대에 올라도 조금씩 다른 느낌으로 계속 변화하는 느낌이 드는 것은 이런 노력 덕분일 것이다.
왕자와 백조(오디트)의 만남과 사랑의 맹세, 백조들의 군무, 악마와 흑조(오딜)이 왕자를 속여 결혼약속을 받아내는 것, 슬픔에 빠진 백조, 백조의 슬픈 마지막은 "백조의 호수"이야기의 핵심으로 아마 19세가 말 러시아에서 초연된 이후 오늘날까지 거의 그대로 전해지고 있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호숫가의 백조 군무의 절도있는 동작, 질서있는 입장과 퇴장, 오딜의 연속 턴은 볼 때마다 처음인 듯 조용한 탄성을 지르게 하는 모습이다.
더운 여름, 토요일 낮 공연이어선지 공연 시장 몇 분 전까지도 빈 자리가 많이 눈에 띄더니 걱정은 기우였던 듯 금새 만석이 되었다. 지금은 토요일 저녁 공연 2막이 막 시작되었을 시각. 갈수만 있다면 얼른 다시 날아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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