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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이 이야기

언젠가 고양이도 공룡처럼 화석이 되면...


오늘 아침에 교육방송에서 '공룡들의 천국'이란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고생물학자들이 작은 뼈조각 하나로 공룡의 골격 전체를 유추하고 그것으로부터 식성과 생태까지 짐작하는 것을 다른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본 적이 있다. 그들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이미 굳어버린 뼈대에 살을 입히고 숨을 불어넣어 살아있는 동물로 재탄생 시킨다. 그렇게 다시 태어난 공룡은 사람처럼 사랑하고 슬퍼하고 쓸쓸해 한다. 

과연 공룡은 새끼를 사랑했을까, 그들도 희로애락이 있었을까. 모래 속에 묻힌 뼈대는 말이 없다. 그래도 사람은 그 한 조각 뼈 화석으로 이야기를 만들려고 한다. 그들이 살았던 세상이 약육강식의 세상이었음을 알아도 그 속에서 한 줄기 아름다움을 집어넣어서. 발견되는 공룡화석은 수 억년전의 것이어도 화석으로부터 재구성하는 세상은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과 닮을꼴이다. 아쉽지만 그럴 수밖에. 아무도 그 시절로 가 본 적 없고 우리가 아는 세상은 지금 우리가 사는 이 곳 뿐이니.

언젠가 내가 돌보던 고양이도 죽어 화석으로 남을까. 먼 미래에도 인류나 그보다 더 나은 종족이 있어 그것을 발견하면 그들은 오래 전 고양이 몸의 일부였던 작은 조각으로부터 어떤 이야기를 지어낼까. 아마 분명한 것은 아무리 뼛조각을 구석구석 들여다봐도 들고양이 '나비'의 힘든 하루하루는 화석에 남아 있지 않을 거라는 점이다.
고비 사막 모래 속에 파묻힌 공룡은 살아 있을 적에 그저 일찍 죽지 말고 배곯지 않길 바랐을 것이다. 먼 미래에 인간이란 존재가 나타나 자신의 뼈를 발견해 무슨 이름을 붙이든 그건 한 때 살아있던 공룡에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나비'의 화석을 보고 먼 훗날 누군가 멋있는 이야기를 지어내는 것보다는 지금 '나비'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돌아오지 않을 오늘이 중요한 것이니까. 공룡 다큐멘터리를 보며 멋있는 영상을 감상하면서도 한편으론 지상을 호령하던 그들 역시 죽고 나니 돌이나 마찬가지인 뼈 한조각이 되었다는 사실이 더욱 마음에 꽂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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