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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도요타의 시련


일본 자동차 메이커인 도요타 자동차가 50년래 최초로 영업적자를 기록했다는 이야기를 뉴스에서 들었다. 이 일로 전문경영인이 물러나고 오너경영체제로 전환한다고 한다. 창업 이래 맞이하는 큰 위기인 듯하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반세기동안 꾸준히 이익을 기록했다는 뜻도 된다. 대단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수익이 비용을 초과해야 가능하다. 도요타가 직원 및 상대거래기업에 지불하는 비용이상을 자동차 판매로 벌어들여야 이익을 낼 수 있다. 기업에게 이익은 절대선이다. 어느 기업이나 이익을 내려고 한다. 그러나 모든 기업이 자신이 지불하는 비용보다 더 많은 수익을 상대로부터 얻어내는 것은 불가능할 것 아닌가. 따라서 흑자기업이 있으면 필연적으로 적자기업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경제는 제로섬게임일까.

경제가 성장하는 속도가 느리다면 일부 기업이 내는 흑자는 다른 기업으로부터 뺏어오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경제가 충분히 빠르면 성장한다면 흑자의 많고 적음의 차이가 있을 뿐 다수의 기업이 이익을 낼 수 있지 않을까. 파이가 커지면 모두가 윈 윈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른다. 그래서 꾸준히 경제가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는 통화를 충분하게 공급하고 근로자에게 적정임금이 보장되도록 하는 것이겠지. 충분한 소비가 이루어지면 그에 상응하는 생산이 이루어지고 경제는 성장할 것이라는 가정하에.

이로써 아무도 손해보는 일 없이 꾸준한 경제성장과 기업의 꾸준한 흑자실현이 가능할 것 같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이는 완벽한 윈 윈 구도가 아니다. 해마다 늘어나는 생산과 소비를 위한 자원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자연에서 얻어진다. 제아무리 정교한 경영기법도 말만으로 곡물을 면화를 석유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사람의 지혜가 효율을 높일지는 몰라도 어차피 인간의 생산과 소비생활은 지구에 존재하는 자원에 의존하고 있다. 국가사이, 기업사이, 개인사이의 상생을 위해 끝없이 자연을 수탈하면서 인간이 만든 문명은 그 자신이 생존하는 기반인 지구와는 제로섬 관계에 놓여 있다. 도요타 자동차가 수십년만에 처음으로 기록한 적자가 큰일일까, 끝없는 흑자와 성장을 위해 과속하다가 우리 문명 전체가 적자상태에 놓일 수 있는 먼 앞날이 큰일일까.

이번 도요타사의 시련은 다행히(?) 아직 지구적 재앙에 따른 결과는 아니다. 더 많은 투자소득을 만들어 더 많이 소비하기 위해 돈을 남발하다가 파국에 이른 결과이다. 바꾸어말하면 도요타를 비롯한 기업들의 이익은 마구 찍어낸 화폐로 인해 억지로 부양된 경기가 일시적으로 안겨준 신기루였다는 말. 화폐를 무한정 발행해 생활수준을 계속해 높여가는 것은 부채의 부작용 때문에 불가능하기도 할 것이며, 인간의 노동력과 자연자원을 무한으로 뽑아내려 해도 언젠가는 화폐의 부족때문이 아니라 한계에 이른 지구가 공급능력을 잃어 그리 되고 말 것이다.

소비수준을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곳곳에 시추공을 꽂고 숲을 밭으로 바꾸는 일, 돈이 부족하면 찍어내서라도 써야겠다는 고집은 별로 아름다워보이지 않는다. 한 해도 빼놓지 않고 이익을 달성하려는 기업의 경영, 한 방울의 기름이라도 더 짜내려는 자원공학 기술이 눈 앞에 번영을 가져다주며 보이지 않는 저 먼 곳에는 재앙을 예비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 있을 때 쓰고 없으면 아끼는 삶을 거부하듯 뉴스만 틀면 들리는 연일 성장 타령은 이해가 가면서도 한편으론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