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극/영화 썸네일형 리스트형 레미제라블 세 시간 가까운 긴 러닝타임에 내내 노래로 이야기하는 뮤지컬같은 영화는 많은 관객에게 낯설었나보다. 상영 도중 일어서 밖으로 나가는 사람이 계속 보였고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는 불빛에 종종 눈이 부셨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긴 영화가 끝나고 엔딩이 올라가는 동안에도 자리를 지켜주었다. 배우들의 연습량이 상당했을 쉽지 않은 영화를 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일단 인정하고 싶은 작품이다. 어린이 세계 명작 동화 "장발장"만 읽어도 줄거리는 금방 알 수 있다. 뻔히 아는 스토리를 가지고 세 시간 동안 노래를 부르느냐는 것이 재미없다는 혹평의 주된 이유이다. 나는 영화 속 주인공들이 부른 노래가 음악적으로 훌륭한지 어떤지 감별할 만한 귀는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젊음을 낭비하고 비참한 바닥으로 떨어진 자신의 인.. 더보기 지젤 3D 관람후기 메가박스 서울 센트럴점에서 마린스키 발레단의 2010년 상트페테르부르크 지젤 공연 실황 필름을 상영중이다.지젤 역에는 나탈리야 오시포바, 알브레히트 역으로는 레오니드 사라파노프가 등장했다. 두 사람의 사랑을 방해하는(?) 힐라리온으로 등장한 무용수는 일리야 쿠츠네초프. 발레 '지젤'을 처음 본 이후부터 마음에 품었던 의구심은, 순진한 시골처녀를 농락하다 비참하게 만든 알브레히트가 왜 멋있게 묘사되는지, 반면 힘있는 왕족에 맞서 자신의 우직한 사랑을 지키려 했을 뿐인 힐라리온은 왜 희생되어야 했는지였다. 작품은 비록 지젤과 알브레히트의 아름다운 사랑(??)을 묘사하고 있지만 나는 언제나 조용히 힐라리온의 편이 된다. 국립발레단에서 자주 다루어온 작품이고 금년 여름에는 미국 '아메리칸 발레시어터'에서 내한 .. 더보기 <블랙 스완> 나탈리 포트만 주연 내 안에 있는 두 사람. 백조와 흑조.나 탈리 포트만 주연, 니나. 때이른 결혼으로 발레리나의 꿈을 접은 어머니의 기대를 업고 자라난 무용수. 엄격한 부모 밑에 자식이 그러하듯 니나도 반듯하지만 생동하는 감정이 부족하다. '백조의 호수' 주연에 캐스팅되려면 순수한 백조, 욕망에 솔직하고 도발적인 흑조 둘 다를 연기할 수 있어야 하는데 니나의 연기는 흑조 연기에 부적합하다고 감독에게 지적받는다. 감독 토마스. 무용수들의 운명을 쥔 자로서 연약한 여자들을 농락하는 짓인지, 연기자의 감추어진 내면을 헤집기 위한 예술가의 시도인지 모를 도발적인 행동으로 니나의 잠자던 은밀한 욕구를 밖으로 불러낸다. 니나에게 부족한 자연스러움을 갖춘 릴리는 니나에게 친근하게 다가오며 어머니의 뜻에 한번도 거스른 적 없던 그녀를 .. 더보기 된장 / 이요원, 이동욱 주연 마치 한 편의 옛 이야기를 듣는 듯했던 영화. 도주하던 범인의 발길마저 붙잡게 할 정도로 대단한 장맛의 비밀이 무엇인지를 찾아 희미한 단서를 하나씩 풀어간다. 좋은 콩과 맑은 물, 매화 꽃잎 부식토로 빚은 항아리, 이 세상에 하나 뿐인 소금. 만약 이것이 된장을 만들어 낸 전부라면 된장의 비밀은 과학에 속하는 지식일 터이다. 된장은 콩과 소금, 물 그리고 발효시킬 그릇이 필요하므로 그 하나하나를 분석하고 다시 합치면 된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비의 그 된장에는 이상하게도 술 빚는 누룩이 검출되었다. 술 재료가 왜 된장에 들어갔을까. 여기서부터 된장의 비밀은 실험실에서 풀어나가던 과학에서 장혜진과 김현수가 등장하는 이야기의 영역으로 옮겨간다. 두 남녀가 서로 우연히 만나 엮여 가면서 그들의 삶에.. 더보기 마루 밑 아리에티 어린 상상력으로 해 봤을만한 생각, 어딘가에 작은 사람들이 산다면,,? 인간들의 물건을 훔쳐(아니 빌려서?) 살아가는 작은 사람들은 인간들의 눈을 피해 지낸다. 시골에 요양 온 '쇼우'는 작은 사람 '아리에티'와 마음의 다리를 놓으려 하지만, 식모 아줌마의 짖궂은 호기심은 끝내 소인들을 두려움으로 내몬다. 작고 약한 소인들을 위하는 길은 그들을 못 본 척 하고 각자의 길을 가는 것. 어차피 따로 살아야 하는 존재들끼리의 만남은 이별이 예정되어 있었다. '쇼우'가 예뻐하는 야옹이가 아리에티를 생각하는 주인의 마음을 읽은 듯 소년을 떠나려는 아리에티가 있는 곳으로 데려가는 장면은 의외의 반전. 소인을 위협하던 동물이 인간과 소인을 이어주는 다리가 된다. 그러나 그 마지막 만남은 서로가 다른 존재이며 결국 살.. 더보기 시라노 ; 연애조작단 최다니엘의 어벙한 연기가 볼 만 하다기에 보게 된 영화. 영화 제목으로 쓰인 시라노라는 작품은 비극인데 비극의 이름을 코미디영화의 타이틀로 사용한 기묘한 모순이 느껴진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이 영화가 코미디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몇몇 우스운 장면이 들어갔지만 전체적인 톤은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회색이었다. 사랑은 공유할 수 없으니 누군가 웃으면 다른 누군가는 눈물 짓게 되어 있는 것. 그냥 보여주는 대로 웃길 때 웃고 슬플 때 슬퍼하면 될 걸 그러기에는 너무 심드렁해진 것일라나. 더보기 포화 속으로 시사회 상영시 'Sea of Japan' 자막이 문제가 되어 개봉전부터 이슈가 되었던 영화 '포화 속으로' 일각의 부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작품은 작품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믿음으로 티켓을 끊었다 영화 포스터 속에서 얼핏 본 권상우의 절규하는 표정이 몇 주 전부터 잊혀지지 않던 터였다.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자만이 그런 표정을 지을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얼굴이었다. 과연 저 포스터 속 구갑조(권상우 분)의 울부짖는 표정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영화의 시작부터 보여진 전투장면은 고막을 강타하는 폭탄소리와 함께 신경을 섬찟섬찟 곤두서게 했다. 멀쩡한 사람이 총알 한 두 개만 관통해도 온통 검붉은 액체로 더럽혀지며 철푸덕 고꾸러졌다. 쇠로 만들어진 총과 포, 그것들 앞에서 상대도 되지 않는 연약한 인.. 더보기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