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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발레/무용

제3회 대한민국 발레축제 마지막 야외공연 무대와 '유니언 잭'




대한민국 발레축제의 3번째이자 마지막 야외 공연 순서로 지난 토요일에 발레를 전공하는 예고학생들의 무대가 있었다. 프로들의 공연과는 다른 느낌으로 현재의 기량은 다소 부족하지만 앞으로 피어날 숨어있는 재능을 지켜보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발란신 안무의 유니온 잭은 유명한 고전 발레에 비해 자주 무대에 오르지 않는데 이번에 볼 수 있어 반가웠다. 허쉬 케이가 영국 전통 음악을 사용하여 발레곡으로 다시 만들었고, 조지 발란신이 동작을 고안한 이 작품은  1976년 뉴욕시티발레가 미국에서 초연했다고 한다. 마지막에 영국 국기 유니언 잭이 내려오는 장면은 미국인이 자신들의 뿌리를 두고 영국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영화 '콰이강의 다리'의 유쾌한 휘파람 소리로 기억되는 주제곡에 시원한 다리 동작이 잘 어울린다. 수평선을 살피는 모습, 돛을 올리는 동작 등 해군의 생활을 유머러스하게 발레 동작으로 옮겼다. 
미국은 역시 영국을 잇는 해양 국가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이다. 돛을 올리느라(아니 내리는 건가?) 두 팔을 흐느적거리는 우스꽝스러운 동작을 처음 보고 대체 뭘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던 걸 보면 나는 아무래도 유전자에 농경민의 혈통이 흐르는 한국인이라서인지도. 언젠가 세계적인 한국 발레가 나온다면 허리를 숙여 모내기하는 장면같은 게 들어가 있을 것 같다. 한국 발레 작품을 만들면서 튀튀 입은 요정들이 디베르티스망을 춘다는 것도 실소를 자아낼 일이다. 
어릿광대와 튀튀의상의 군무없이도 발레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유니언 잭을 보며 느끼게 된다. 발레라기보다 뮤니컬같은 느낌의 무대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언제까지 고전발레만 답습할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한편, 당대 세계의 대중문화를 휘어잡던 미국에서 만들어지지 않았어도 가볍고 다소 경박하게도 느껴지는 이 발레가 인기를 얻을 수 있었을까 싶다. 문화의 확산에는 국가의 네임밸류도 현실적으로 중요하다. 
늘씬한 키를 보여주던 해군 아가씨들이 나중에 무대에서 내려와 화장도 다 안 지우고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걸 보니 빙그레 웃음이 났다. 1미터의 높낮이를 오르내리며 선녀에서 평범한 소녀로 변신한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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