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오스트리아 대사급 외교관계 수립 50주년 기념, 슈트라우스 카펠레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이 19, 20일에 걸쳐 있었다.
카펠레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이 처음이라 국내 지명도가 낮아서인지 객석은 빈 자리가 많았다. 해외 공연단 내한시 대개 그렇듯 비싸게 느껴지는 티켓값도 한 이유였을 것이고. 나도 망설이다가 왈츠에 맞춰 발레를 춘다는 걸 알고 하루 전에 예매했다. 옛날부터 빈 오케스트라 신년연주시에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음악을 배경으로 발레리나들이 왈츠를 추던 것이 기억나 직접 보고 싶어졌다.
무대 정면을 볼 수 있는 자리는 이미 없어서, 합창석을 골랐는데 막상 앉아보니 오케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것도 꽤 재미있다. 지휘자 얼굴을 보며 음악을 듣게 될 줄 알았을까.
소수 인원만으로 오케를 꾸려 압도적인 성량은 나오지 않았지만 그다지 신경쓰이지는 않았다. 소규모 악기편성으로 융통성있게 연주했다는 느낌이다.
'금과 은 왈츠' 순서에 드디어 발레리나와 발레리노가 등장. 자리 위치 관계로 발레리나 뒷모습이 주로 보였다. 그 날 발레는 4번 등장했다. 무대 바로 가까이에서 평소에는 볼 수 없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았다. 앞모습이 원래 보여주는 것인데 나는 그 날 그들이 보여주는 모습 대신, 보여주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무대 앞 객석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본 춤이 어떤 것이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향후 앞에서 볼 기회는 많을 것이므로 별로 아쉽지는 않다. 숨막히게 아름다웠던 두 무용수의 뒷모습을 앞으로 오래 기억할 것같다.
2부에서는 유머스러운 설정이 많았다. 지휘자와 단원들이 포도주를 나누어 마시기도 하고, 연주자와 지휘자가 팔이 아프다며 연주를 중간중간 쉬는 모습을 연출하며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었다. 준비한 순서가 끝나고 앵콜곡으로 정수라의 아아 대한민국을 연주했다. 이미 많이 잊혀진 곡을 어떻게 고르게 되었을까 싶지만 우호의 표시로 받아들이고 유쾌한 박수.
새해 첫 머리에 즐겁게 저녁을 보낼 수 있었다.
추가) 관객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날 발레리나가 바비인형같이 이쁘더라고 감탄들이었다. 왼쪽 문으로 퇴장할 때 위에서 얼핏 보다가 나도 살짝 부끄러워지려고 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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