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자 산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지천에서 들려온다. 새들이 날아오르는 한편에선 고양이가 햇볕을 쬐고 있다.
고양이는 새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참새의 짧은 동선을 이리저리 쫓는 고양이의 시선이 어쩐지 불안하다. 네발동물이 펄쩍 뛰어올라도 자기네 있는 곳까지 닿을리 없음을 아는 탓인지 참새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눈치.
그런데 갑자기 고양이 바로 옆 나무가지에 참새 두어마리가 날아들었다. 봄볕아래 꾸벅꾸벅 졸던 고양이의 자세가 심상치 않아졌다. 곧 무슨 일이 일어날까. 방심한 참새는 가지 위에서 살랑살랑 움직이는데 고양이는 느닷없이 날아올라 참새를 자신의 입 안에 넣고 우적우적 -.-;
그런데 오히려 부드러운 야옹 소리가 들릴락말락 냥이 입에서 새어나왔다. 참새가 짹짹 하면 고양이가 그 말을 되받아 대답하듯 야옹~. 이런 식으로 참새와 고양이의 불가해한 대화가 오래 이어지는 것이었다. 혹시 저 고양이가 나이를 먹더니 마음이 순해진 것인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냥이는 분명 참새의 부름에 답한 것이다. 그저 옆에서 지켜보았을 뿐인 나는 둘 사이에 무슨 의미가 오고갔는지 굳이 억지스러운 해설을 하고 싶지 않다.
참새는 먹이가 되지 않았고 고양이는 참새를 먹이로 보지 않았다. 짹짹 야옹 소리가 몇 번 더 오가더니 새는 날아갔고 고양이는 다시 꿈 속에 잠겨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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