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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책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원제; ナミヤ雑貨店の奇蹟, 東野 圭吾)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한 번 더 읽어봐야겠다. 정말 재밌다. 

내 마음 속을 들여다보이는 듯한 뜨끔함을 느끼며 읽었다. 책 속 사연들이 비록 지어낸 이야기지만 누군가 한 번쯤 겪었을만한 일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이야기가 단순히 교훈적인 상담편지 모음집이 되지 않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태어난 것은, 작가의 독특한 설정. 과거와 현재가 이어지는 야심한 밤의 나미야 잡화점이라는 설정때문이다. 시간여행을 가능하게 해 준다는 화이트홀이론을 떠오르게 하는 소설속 허구는 공대 출신 작가의 관련 지식 덕분에 탄생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애인간병과 훈련 사이에서 갈등하는 올림픽국가대표후보, 뮤지션의 꿈을 밀어부칠지 가업을 이어받을지 고민하는 젊은이의 사연을 시작으로 숱은 고민상담이 이어진다. 중요한 것은 고민을 묻는 사람들은 이미 마음 속에 답을 알고 있다는 것, 그러나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스스로를 속이는 것을 그만두어야 비로소 바른 길로 갈 수 있다는 통찰이 담겨 있다.  

고민상담을 해 주는 나미야 씨, 상담을 청해 온 수많은 익명의 의뢰인들, 그리고 그 날 잡화점에 숨어든 세 명의 도둑들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보이지 않는 인연의 끈으로 이어져 있다. 언젠가 내가 한 행동이 스스로는 깨닫지 못하지만 분명 다른 누군가에게 영향을 준다는 사실에서 인간은 선의를 가지고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한 번쯤 다시 품어보게 된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인기 추리 소설 작가라고 들어왔는데 이 작품에는 범죄도 추리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스토리가 탄탄하게 이어지고 끊어졌다 다시 절묘하게 만나는 데에서 감탄을 금치 못하겠다. 무엇보다 사람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태도에 끌리게 된다. 성선설이랄지 아무튼 인간에 대한 믿음이 느껴진다. 잡화점에 무단으로 숨어든 좀도둑들조차 범죄자의 인상은 풍기지 않는다. 바닥까지 떨어진 처지에 세상을 보는 눈마저 냉소적으로 변해가던 그들이 도리어 남의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해주면서 마음 속 따스함을 깨달아간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그의 생각이 어떤 것인지 더욱 궁금해졌다.히가시노 게이고의 전작들을 하나씩 찾아 읽어봐야겠다.